*도서명 : 은발 다된 그대

*지은이 : 김 연 혜

*발행처 : 도서출판 띠앗

*쪽   수 : 207쪽 

*판   형 : 신A5(신국판)

*정   가 : 8,000원

*출판일 : 200년 12월 10일    <홈으로 가기>

*ISBN   : 89-5854-060-0 03810

 이 책은?
 
이 글은 나의 인터넷 블로그 ‘위즈덤 투스(사랑니)’에 쉬엄쉬엄 올린 글과
외국에 있는 딸과의 교신을 위해 만든 싸이월드의 다이어리와 게시판에 있는 글을 옮긴 것이다.
 책속으로...

✿상계동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상계동은 서울로 보면 서울의 토말(土末)이다.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들이 많았던 곳,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교정, 거칠고 순수한 아이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준 동료들과 제자들이 있었던 곳이다.
 
어젯밤 감고 자서 대책 없이 헝클어진 머리를 출근 시간에 쫓겨 대충 정리하고 나오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하와이에서 산 커다란 빨간색 꽃핀을 가방에 담아왔다. 깔끔한 동료가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꽃핀으로 묶어 주었다.
“괜찮을까?”
“언제 선생님이 안 괜찮다고 안 하신 적 있으세요? 그렇게 하구서 보무도 당당히 다니시면서….”
사실 주먹만 한 빨간 꽃을 머리에 꽂고 다니는 교사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일단 몸에 걸치거나 꽂거나 했을 때면 얼굴에 철판을 딱 깔고 정정당당하게 봐라, 봐 하고 등을 쭉 펴고 다니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에는 좀 신경이 쓰인다. 자칫하면 수업이 망쳐진다.
 
1학년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내가 무서워 ‘ㄲ’ 발음도 못했는데 2학년들은 역시 얼마간 적당히 닳아빠졌다.
“선생님, 머리에 꽃 달았네요. 북한 여자 같애요어”로 그네들이 작업에 들어가려는 찰라, 한번 휘둘리면 그 시간 수업은 ‘종 친다’라는 상황을 익히 아는 나는 첫마디에 일격을 날려 그들의 전의를 꺾어버렸다.
“엉? 뭐라고? 꼬추? 꼬추를 달았다고?”
“아하하하하!”
성(性)적으로 아직은 얼마간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지니고 있는 그들은 제풀에 얼굴이 발개지며 아이구, 맙소사 하는 얼굴로 전의를 상실해버린다.
자, 2승(勝)째다. 오후 수업에서 또 이겨야지!
 
사실 어느 동네 어느 문학 작품 등에는 반드시 머리에 꽃을 꽂고 행복해 하는 모질이들이 있고 또 등장한다.
나도 이 숲이 우거지고 향기가 진동하는 오지(奧地)에서 시시때때로 머리에 꽃을 꽂고 싶다. 꽃이 지천이고 그 꽃들은 너무나 어여쁘기 때문이다.
“상계동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엄마아----- 미쳤수? (딸)
❧얘야, 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나)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을 쓴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딸 쥐스틴 레비의 <만남>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대사이다. 딸이 내게 ‘엄마 미쳤수?’ 하고 댓글을 달기에 나는 쥐스틴 레비의 대사를 인용해 댓글에 댓글을 달았다. 미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런데 그 소설 이후 쥐스틴의 소설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미모와 가문이 너무 뛰어나 소설 따위를 쓸 이유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속물로 살아가겠지….
 
❘첨부❘
쥐스틴 레비에 대해서 정보를 좀 더 찾아보았더니 희한하게도 지금 프랑스 좌파 대통령과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의 아내와 이혼하고 두 달도 안 돼 퍼스트레이디로 맞이한 가수 겸 모델로 이름을 날리는 40세의 바람둥이 여자 카를라 브루니가 레비의 남편을 뺏어 갔다고 한다. 그 남편도 이름 있는 철학교수인데 원래는 자기 아버지의 애인이었던(아구, 복잡해라) 브루니하고 눈이 맞은 거다.
이건 진짜 <데미지>라는 영화하고 똑같다. 단 아들이 아버지 애인을 가로채는 것만 다르지…. 망할 넘의 집안 내력이로다. 아무리 프랑스가 좀 성(性)에 대해 개방적이라지만 이건 좀 찝찝하다.
영화 <데미지>에서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를 과감하게 버렸다. 왜 그는 왜곡된 성문화를 묘사하는 그런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일까? <로리타>에서도 그렇고….
어쨌든 쥐스틴 레비는 남편을 빼앗기고 그녀의 연적 카를라 브루니를 향하여 ‘아름다우나 살인자의 얼굴을 가졌다’라고 일갈했고, 그 경험을 <아무것도 아냐>라는 소설로 써서 그것도 크게 히트했다고 하는 후일담이다. 정확한 건지는 오차범위 내 ±5쯤 된다고 본다.
 
✿자유게시판
금요일은 수업이 적어 시간이 널널하다. 시간표에 빈칸이 많아 싸이놀이나 할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싸이질이라는 말이 유행이라지만 그건 좀 즐(인터넷상으로 아이들이 싫고 지겹다는 뜻으로 쓰는 말)해서 싸이놀이라고들 쓰면 어떨지…. 혹은 블록인생이라든지….
한참 아날로그 시대에서 살아온 내가 이런 애들 같은 홈피를 가지고 있는 것은 멀리 있는 딸과, 가까이 있으나 말문을 잘 트지 않는 아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리저리 친구들과도 연락이 되고 또 세상 한구석에 내 조그만 방이 있다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은 일이어서 요것조것 올리고 쓰고 하다 보니 나는 작은 블록 안에다 내 인생을 차곡차곡 채워 넣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상담부장이 문제아이들 4명을 훈계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간절한 훈계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은 회개와 반성의 기미는 눈곱만치도 없고, 시시덕거리며 방을 나서자마자 욕설이 반이나 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인간의 천성은 못 고친다로 결론이 난다.
얼마나 세태가 변했는지…. 모두들 남의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학교와 교사를 매도하면 다 좋아지는 것일까? NO! 아니다. 하긴, 교권이 실추되었으니 교사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이즘 일부 교사들은 그야말로 심하게 말하자면 애들한테 긴다, 겨. 수업 중에 ㅆ발 하는 욕 나오는 건 그래도 약한 편이란다.
나도 어느 녀석이 ‘ㅆ발’ 하기에 확 돌아서서 “야 너, ㅆ발넘아, 이리 나와!” 하고 똑같이 말하니까 자기도 어이가 없는지 큭큭 웃는다.
부모들은 선생이 다 해주기를 바란다마는 아니, 자기네는 아이에게 온갖 욕설과 매로 작살을 내면서(심지어는 골프채로 맞았다는 아이도 있다) 선생한테는 그러지 말고 인격적으로 잘 모시라고 걸핏하면 전화질이다.
매스컴은 연일 폭력적인 드라마를 틀어대고 또 웬 일본풍의 학교드라마는 그렇게 만들어 놓는지…. 애들이 아주 학교 복도에서 껴안고 뽀뽀까지 한다는 말씀!
 
골프채로 맞았다는 녀석에게 “어떤 걸로 맞았냐? 아이언이냐, 드라이버냐…. 에구, 아빠한테 회초리 하나 드릴 테니까 그거 사용하시라고 해라”라고 지나가는 말을 했더니 다음날,
“선생님, 아빠한테 말했다가 뒤지게 더 맞았어요. 선생님한테 말했다고요.”
나는 그 아이의 아직은 맑고 순진한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얻어맞고 자라다가 어느 날 고등학생이 되어 아버지보다 물리적으로 강해졌을 때 발작적으로 아버지를 구타하다 그게 상습적으로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소년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써보았다. 그래서 자유게시판 아니겠는가!
 
❧사랑의 회초리가 사망의 회초리로 변하지만 않는다면! (찌지리님)
 
- 본문 <서울의 토말(土末), 상계동 교정(校定)에서> 중에서
 출판사 서평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남들처럼 좋은 집, 재테크, 보석 등등 알짜배기를 모은다거나 하는 일에는 도통 재간이 없었고, 항상 연필을 들고 끼적거리는 일은 아주 잘했다. 그걸로 그냥 끝나면 좋으련만 인간에겐 어떤 형태로든 자기현시욕이 있나 보다.
 
이것으로 벌써 세 번째 책이 출판되었다. 과히 책의 홍수라고들 하나 그래도 나는 내 책을 귀중하게 생각한다. 이제 은발이 다 되고 보니 그 흔하다는 호(号) 하나 짓고 싶어 기우(杞憂)라고 붙였다. ‘걱정도 팔자 병’이라고 나를 밉지 않게 놀리는 친우들이 들으면 “맞다, 호 잘 지었다!”라고 할 것 같다.
 
열아홉 살 때 <여상(女像)>이라는 잡지에 단편이 입선하여서 고(故) 유주현 선생님을 뵐 기회도 있었고, 이 나이에 그 작품을 썼느냐는 놀라움으로 간접 칭찬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작가에게 꼭 필요한 지독한 지구력, 그것이 태부족인 본태적 게으름으로 나의 문학의 길은 이렇게 사적(私的)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때 나의 작품을 뽑아 주신 분들 중 최정희 선생님이 계셨던 것을 지금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제 나는 은발이 다 되어 가고 추억은 넘쳐나 마음속에 폭풍 잘 날이 없어 파도가 제 사랑을 못 잊어 부딪쳐 쓰러지는 것처럼 내 마음속의 짧은 편린들을 풀어 쓰러지고 싶다. 돋보기 쓰시고 심심할 때 쉬엄쉬엄 보시면 쏠쏠한 재미가 있으실 거라 믿는다.
- 본문 <앞글> 중에서
 이 책의 차례
 
앞글 _ 5
 
1장. 블로그 Wisdom tooth
 
서울의 토말(土末), 상계동 교정(校定)에서 / 15
·상계동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_ 15
·자유게시판 _ 19
·순진무고(拷)·1 _ 21
·순진무구·2 _ 23
·순진무구·3 _ 24
·순진무구·4 _ 26
·방콕 앤드 하와이 _ 28
·명퇴 생각 _ 31
·우울삽화·1 _ 32
·우울삽화·2 _ 34
·은발 _ 34
 
은발 다 된 그대 / 38
·장미꽃 인생 _ 38
·봄날은 간다 _ 39
·세월아 _ 43
·황달 _ 44
 
 강아지 블루스 / 49
·측은지심·1 _ 49
·측은지심·2 _ 51
·측은지심·3 _ 53
·측은지심·4 _ 54
·레퀴엠 _ 56
·상상·1 _ 59
·상상·2 _ 59
·단상 _ 61
 
 블로그 인생 / 63
·현자님들, wise man said… _ 63
·기도부대 _ 64
·반복 _ 67
·정공법 _ 68
·The others _ 70
·장미 가시 _ 71
 
인생의 나그네 되어 / 73
·뉴욕에 비가 온다 _ 73
·길은 길이다 _ 74
·유니온처치 _ 74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씀 / 78
·오늘은 나, 내일은 너 _ 78
·두 볼 위에 두 줄기 눈물 _ 79
·나의 유언장 _ 83
·비법? _ 85
·시 한 수 _ 87
·친구여, 잘 가라 _ 89
 
내 생명의 양식 / 91
·베토벤에서 트로트까지 _ 91
·아날로그 그리고 안단테 _ 96
 
산다는 것이 이런 것들일는지… / 97
·오늘도 비는 오고요 _ 97
·머리 빡빡 깎고 _ 98
·모국어 _ 98
·오늘 문득 _ 100
·화전을 부치며 _ 101
·어느 멋있는 날 _ 107
 
2장. 아름다운 기억
 소녀시절·1 / 113
 소녀시절·2 / 116
 우리는 아직도 애틋하고 감상적이다 / 124
 빈 뜰에 놀다 간 아이들 / 128
 
3장. 누군들 첫사랑이 없겠느냐만…
 사랑은 아름다워라 / 137
 5월의 편지 / 146
 나그네 되어 / 150
 
<소설>
4장. 눈 내리는 숲
 눈 내리는 숲 / 161
 
글 뒤에 _ 206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연혜
younhyekim@hanmail.net
·여수여고 졸업
·장로회 신학대학 졸업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6~2006 공립중 윤리교사 역임
·저서로는 수필집 <마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있다.
 
표지화 신희경
·여수여고 졸업
·홍익대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0~2007 고교 미술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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