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누드화가 있는 방

*지은이 : 김 재 찬

*발행처 : 한솜미디어

*쪽   수 : 248쪽 

*판   형 : 신A5(신국판) /반양장

*정   가 : 9,000원

*출판일 : 2008년 12월 5일    <홈으로 가기>

*ISBN   : 978-89-5959-176-3 03810

 이 책은?

꿈과 현실을 이어줄 삶의 이야기, 영화처럼 아름다운 로망스!
몸과 마음에 넘치는 잔잔한 이별이야기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무언가 꽃씨 한 줌의 희망이 담긴 아름다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에 두둑하게 쌓이곤 했다. 그렇게 나를 촉촉하게 오래 끌어안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작가는 회상하고 있다. .
삶이란, 인생이란 그저 한 편의 이야기일 뿐, 모든 사람이 황금빛 어린 연애 시절을 이야기한다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나 착각이 아닐까. 과연 황금빛 연애 시절은 있는가. 이 시대의 이단아 김재찬 작가는 말한다.
 
놀랍고도 지워지지 않는 부드러운 사랑의 아름다움과 자유의 바람, 사랑의 기쁨과 이별과 슬픔으로 가득 채워진 눈부신 빛살의 바다가 전개된다.
 책속으로... 
 
 1
잘 열리지 않는, 과거라는 시간의 문. 우린 누구나 저 깊은 곳에 기억되지 않는 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내 기억의 다락방. 그 창문 하나 외로이 먼 하늘을 향하여 열려 있었다. 그 창문 밖에서는 늘 나직한 노랫소리가 났다.
그 노랫소리는 문득 눈물이 고일 듯한 위안이 되어 내게 찾아왔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엄마의 길고도 하얀 목, 그 힘줄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만은 바이올린 현처럼 섬세하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 슬픈 노랫말까지 더욱 감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숨을 죽이고 가슴을 울렁이며, 전파를 타고 오는 엄마의 노랫소리. ‘보일 듯이’로 시작하는 엄마의 노랫소리는 나의 소녀시절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시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것 가운데 하나였다. 언제나 그 목소리로 시작하는 따오기의 가락은 내 가슴에 슬픔의 어느 것이라고 집어낼 수 없는 야릇한 감동으로 막히게 했다.
그것은 천사의 목소리였으며 행복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서 그 목소리가 전하는 말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진리보다 더한 것이었다.
한결같이 끝없이 이어갔던 그 소리는 먼, 아주 먼 기억의 벌판으로 천천히 천천히 나를 몰고 갔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슬픈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노래는 슬픈 것이냐고 엄마에게 물었을 때 엄마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 엄마의 눈 속에선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비가 오는구나’ 하고 엄마는 말하였다. 그러나 이슬비는 엄마의 눈 속에서 내린다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이슬비는 가슴 속에서 내리는 것이라고, 슬픔의 올이 하나씩 풀어지고, 먼 기억을 둘러싸고 있던 순간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며, 저마다 흰 손수건을 나풀거리며, 그렇게 이슬비가 온다고….
 
어린 마음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었는지 밤새도록 엄마의 품에 안겨서 오랜 세월의 빈 정에 삭을 대로 삭아버린 젖무덤 속에 얼굴을 묻을라치면 엄마는, 다 큰 계집이 웬 어미젖이라도 먹고 싶으냐, 하며 젖꼭지를 입가에 물려주었다. 나는 몇 모금 빨다가 나오지 않는 젖꼭지를 매만지다 잠이 든 얼굴에 엄마의 사랑을 놓아주곤 했다.
 
먼 기억의 그 하늘을 향하여 열려 있는 나의 다락방 창문에서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맑고도 슬픈 노랫소리가 났다.
그 방은 넉넉지 못하여 값나갈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엄마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무척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는 무늬가 새겨지고 거울이 달린 검정 장롱이 하나 있었고, 다른 벽에는 긴 옷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베토벤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깃털이 달린 펜을 들고 악보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입을 꽉 다문 근엄한 표정은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이기고 삶의 열정이나 자기 집착으로부터 거듭나라고 하는 고집이 담겨있는 듯했다.
나는 어쩐지 이 귀머거리 음악가의 액자가 그 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2
 
어머니, 혹시 제가 떠난다면 대강 다음과 같은 원인들 때문일 터이니 그 점에 유의하셔서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시내버스는 고개로 접어들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오월 하순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빠진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끝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좀 나이가 든 뒤로 아현동 집에 간 것은 불과 몇 차례 되지 않았지만 그 몇 차례 되지 않는 아현동 행이, 내게는 생의 심한 좌절로 인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거나 새로운 계기를 모색해야 할 때였다. 그럴 때마다 집으로 간다는 것은 우연이 결코 아니었고, 그렇다고 집에 가면 내게 새로운 용기라든가 새로운 계획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는 일 없이 집구석에만 처박혀있는 상태였고, 나는 항상 다락방 안에서 뒹굴었다. 다음에는 나와의 싸움에서 꼭 이기겠노라고 다짐하며 집을 떠나곤 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도하려고는 했지만 가슴속의 슬픈 이야기만이 차곡차곡 쌓아갈 뿐 수없이 긴긴 거꾸러져 있는 세월이 나를 비웃으며 혹독히 채찍을 가하곤 했다.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가슴 시린 유년의 추억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유년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소녀少女였다. 그렇다고 유년에의 연상이 항상 나를 괴롭혔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하여튼 나는 유년에 대한 그 어두운 기억들이 그다지 실감나게 되살아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옛날 내가 다락방 속에서 쓴 일기의 구절들이 문득 생각나게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하지만 습관처럼 써왔던, 내 머리를 멍하게 하는 글귀들이었다. 그 무렵에 쓴 일기장은 그 후에 모두 태워버렸지만 모두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환멸로 가득 찬 나를 비웃으며 견디는 내용들이었다.
 
 
3
 
언제인가, 엄마가 잠시 없어진 적이 있었다.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던가. 추운 겨울, 바람이 차갑던 어느 역 광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서 기다려야 해.”
젊은 엄마는 금새 눈앞에서 사라졌다. 난, 꼼짝 않고 기다렸다. 사람들에게 걸리고 채여도 엄마가 말한 자리에서 한 걸음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에겐 유일하게 엄마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나를 조여 오곤 했다. 그런 불안에 잠겼을 때, 엄마의 친척 중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이도 젊은데 재혼해야지. 딸이야 맘만 독하게 먹으면 시댁에 맡길 수 있는 거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이 소곤거리며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 다리가 떨렸다. 오줌이 마렵기도 했다. 그때 흐른 시간은 채 십 분도 안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 시간은 굉장히 길은 것이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이 영원이 될 수도 있다고 몸으로 느낀 것이다.
잠시 후 엄마는 어떻다는 한 마디도 없이 내 손을 채가듯 잡고 급한 걸음으로 택시 승강장을 향했다. 그 이후로 엄마가 기다리라고 하면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기다렸다. 기다리라는 일에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는 종종 나를 스님이 계신 절로 보냈다. 절 아래는 동네가 여럿 있고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했지만 죽기도 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음을 품었으리라. 초상은 봄철에 많이 났다. 겨우내 육신이 쇠하고 생명을 잃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동네 어귀를 벗어나면 큰 둑이 있었다. 둑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모두 논이었고 반대쪽은 가뭄을 대비해 물을 가둬놓은 저수지였다. 아이들은 둑 위에서 놀다 지치면 어른들 몰래 저수지에서 멱을 감았고 간혹 물에 빠져 죽었다. 꼭 사람이 죽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어른들은 귀신 때문이라고 했다. 죽은 영혼이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가 아이들을 꼬여 데려가는 거라고….
 
<이하 생략>
 
-<본문> 중에서 발췌.
 출판사 서평 
 
소설가 김재찬은 시인으로 먼저 문단에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시집 3권을 상재上梓했고, 장편소설도 여러 권을 펴냈으며, 시사 평론집도 1권을 펴냈다. 장편소설을 상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또 장편소설《누드화가 있는 방》의 원고를 탈고하다니, 참으로 김재찬 소설가의 글쓰기는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탈고한 장편소설을 천천히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축구를 4강까지 끌어 올렸던 히딩크 감독의 말이 생각났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축구선수들에게 축구를 억지로 하지 말고, “철저히 즐기라”고 가르쳤단다. 생각할수록 옳은 말 같았다.
 
다른 보통 작가들은 소설 한 권 쓰려면 산모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힘이 든다는데, 김재찬 소설가에게는 글쓰기가 고달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냥 즐거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사실, 김재찬 소설가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지금 공직公職에 있기 때문에, 작품을 쓰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을 텐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재찬의 장편소설《누드화가 있는 방》은 한 편의 낭만적인 서사시처럼 정서적인 어법으로 펼쳐져 있다.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바탕에서 빚어진 문제들 가운데 서로 침투하는 세 요인, 즉 인간․환경 그리고 시대에 대한 친밀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한 가정을 중심으로, 갈등을 상징적인 언어와 오브제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각 인물들의 개성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
김재찬 소설가는 유달리 삶의 표출을 주로 삼았다. 소설이라는 매재媒材를 통해 진지한 삶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낸다.
 이 책의 차례
 
작가의 말 _ 4
 
제1장 ● 소녀 _ 7
제2장 ● 초록나라 _ 49
제3장 ● 백지에 새긴 사랑 _ 87
제4장 ● 누드화가 있는 방 _ 101
제5장 ● 마지막 편지 _ 131
제6장 ● 엄마의 고백서 _ 151
제7장 ● 한 잎의 남자 _ 161
제8장 ● 돌아오지 않는 새 _ 223
 
사회·문화적 문제제기의 소설쓰기(허용우) _ 241
 

 지은이 소개

김재찬
소설가. 1956년 충남 연기 금남 출생으로 인하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인이 겪는 허무, 불안, 고독, 방황, 사랑, 이별 등이 작품의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묵직한 주제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국 문학소설상 등의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였으며,
인간의 존재 근원에 대한 치열함을 작품에 담고 있는 특이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세계문학 속에 한국문학의 독자적인 자리가 거의 없다는 현실 하에 묵묵히 글을 써왔고,
문학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단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
현재 인천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주요 발표작
 
장편소설
* 달빛꽃나비
¶* 목마른 사람들
¶* 한 여자의 이야기
* 동행 외 다수
 
단편소설
* 그리움의 미학
* 도시로 간 여우
* 아담을 너에게 보낸다
* 마음의 벽
* 독백
* 섬
* 안개 꽃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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